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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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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꽃 (210.♡.175.33) 작성일11-10-27 17:15 조회87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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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즈돈까스를 먹었다. 느끼하다.
  참 느끼하다. 물 한 잔을 마시고 계산을 치르고 나와 담배 연기로 입속을 헹구어도
  느끼함은 가시질 않는다. 오늘도 4차선엔 차들이 지나간다.
  좁은 인도엔 시무룩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어제보다 한결 두터워진
  옷을 걸쳤다. 나는 일주일째 수염을 깎지 않았고 냄새나는 모자를 쓰고 있으며
  사실은 너덜너덜한 팬티엔 아까전 자위하며 흘린 정액이 채 마르지 않아 눅눅하다.
  어쩜 나는 초라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착하게 살고 싶다.'
  소화를 시킬겸 한 블록을 둥글게 돌아나올 무렵 길바닥에 꽁초를 내던지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게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른 살의 직업이 없고 재산이 없고 애인이 없고 친구가 없는 남자이지만
  옳은 것보다 예쁜 것에 민감한 감수성을 지녔다.

  그러므로 곧
  나는 예쁘게 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없으면 없는대로, 못났으면 못난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나는 내게 주어진 느끼한 치즈돈까스 따위를 그럭저럭 소중하게
  여기며 가능한 예쁘게 살아가고 싶다. 그런즉슨 예쁘게 죽어가고 싶다는 거다.
  사람들은 자꾸 아니라고 그러는데 아닌 게 아니다.
  산다는 건 죽어간다는 것이다. 해질 무렵의 놀이터,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언젠간
  다가온다는 걸 알아둬야 한다. 거기에 너무 조바심을 느낄 필요도 없지만 그걸 절대
  무시해서도 안된다.

  그걸 무시하면 삶의 소중함을 무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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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prout님의 댓글

sprout 아이피 110.♡.138.195 작성일

순간 순간의 일상보다 더 소중한건 없음을 한번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