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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늘 (175.♡.80.2) 작성일11-10-08 11:12 조회855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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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갖고 새벽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 주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나의 삶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어쩌면 중독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 라는 희망도 조심스레 가져봅니다.
어제 모임은 근본적인 부분을 이야기한 모임인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 고통. 절망.
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님들에게도 있었던 일이구나
라는 생각에 제 마음도 찡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상처로 인해서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해 병에 걸리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이런인간이야, 태어날 때부터 쓰레기였어
이런 생각만 하고 살아왔던 지난날이 안타깝습니다.
고치려고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어도
언제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결단과 다짐들.
그리고 내 안의 악마가 나를 지배하여 미친 쾌락에 몸과영혼을 맡겼던 시간들.

저는 제 탓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이신 분들도 그런 고통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내 우리 자신에게만 집중해왔나 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우리에게만 갇혀있었나 봅니다.
우리 자신에게라도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본능적으로 쾌락에 중독이 되었나 봅니다.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미치도록 쾌락만 쫓고 ....
어쩌면 우리는 어린아이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그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래서 어쩌면 충분히 사랑받고 살아온 분들이 갖지 못한 것을
나는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합니다.
이토록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나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인간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 쉽지 않은 사람도 그래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환자라는 것을 이제 담담히 인정합니다.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단순한 욕구가 아니라 병적인 욕망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어쩌면 나만의 탓이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의 탓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제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믿습니다.

더 깊이있게 더 따뜻하게 건강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직은 님이 뵙고 싶습니다.
연세가 있으신데 회복되어 가시는 그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많이 아팠기에
정말 많이 아픈 사람들은 우리만 고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께서 그 일을 하라고 우리에게 이 끔찍한 병을
원하지 않았던 우리에게 선물같이 던져주었는지도 모른다는
아주 훼궤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선물이라니....어이가 없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경찰서에 체포되거나 구속되거나
추행 강간 납치 연쇄살인 등과 같이 끔찍한 상태로 발전되지 않고
이 정도에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멈춰섰으니....어쩌면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두 아이 모두 아파서 따로따로 인큐베이터에 넣어두었습니다.
한 아이는 상태가 점점 호전되어 건강해졌는데
다른 아이는 더 아파갔습니다.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간호사는 마지막 방법을 택합니다.
아픈 아이를 인큐베이터에서 꺼내 병이 나아가는 아이 곁에 눕혔습니다.
그리고 몇일의 시간이 흐릅니다.

아파서 죽어가던 아이가 나아가는 아이의 살결을 만집니다.
나아가는 아이가 죽어가던 아이를 쓰다듬고 안습니다.
죽어가던 아이가 점점 나아가는 아이처럼 건강해집니다.
핏기가 돌고 온기가 돌고.....다시 웃습니다.

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놀라운 일들을 맡기시려고 이 병을 주신 것인지도 모른다는
아주 훼계한 생각을 하며 ....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아침입니다.

하늘이 아주 맑고 높습니다.

댓글목록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222.♡.7.230 작성일

T.T...
.......
감사합니다.. 서로 쓰다듬어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멤버들..
그리고 그늘님..

한주간 그분의 위로와 평안이 가득하시길..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61.♡.17.222 작성일

남탓할건 남탓해야 내탓할건 내탓할수 있음을, 그리고 그러고서야
내탓은 내 스스로에 대한 절망이 아닌 부족함에 대한 인정이고
좀 더 잘해볼 수 있겠단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옥상에서
마침 그런 생각을 해봤던 참이었어요. 무엇보다 아침이 아닌 그늘님의
역설적이게도 밝아지신 얼굴과 표정과 목소리를 목격하며 기뻤습니다.
(핏기가 돌고 온기가 돌고 다시 웃는)

한주간 행복한 시간이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하늘이 맑아요^^

그늘님의 댓글

그늘 댓글의 댓글 아이피 175.♡.80.2 작성일

자신에 대하여 최면을 거는 것의 부질없음을 압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도
사실이 긍정적이지 않으면 최면이 걸리지 않더군요.

하지만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는 상태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임을 통해서요.
그런 분들이 먼저 길을 닦아 놓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제 자신을 완전하게 긍정하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추악하고 말초적이며 온갖 잡스러운 상상과 즐기려는 마음은
내면 속에 깃들어 있으니까요...

분명히 제 탓을 해야 할 부분도 있고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일들에 대하여 잘못했다고 인정할 수 있고 책임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수습이 불가능한 일들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꿀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건에 대하여 제가 잘못한 부분을 시인하고 바꾸면
그것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제 자신이 희망이 없거나 쓰레기이거나 가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 사실에 기반해서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나도 좋아질 수 있어.
나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나도 좋은 인간관계 안에 거할 수 있어.
안되는 점도 있지만
좋아질 수도 있어.

햇살이 제 영혼을 비추고 있습니다.

sprout님의 댓글

sprout 아이피 14.♡.143.197 작성일

한결 밝아지신 얼굴을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제얼굴이 환해지더군요..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으며 내가 환자라는것을 인정하며 이렇게 된게 내탓이 아님을 한번 더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것같습니다. ^^

다음주에 더 밝은모습으로 뵜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