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아무는 시간. > 도움방

본문 바로가기
도움방

상처가 아무는 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그늘 (175.♡.80.2) 작성일11-10-13 15:47 조회1,431회 댓글3건

본문

이번 주에는 모임에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 제가 아내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모임에서 나누는 내용들과
저의 중독상태에 대해 아내가 알게 되면서
아내는 저에 대하여 엄청난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건강까지 안좋아질 정도라서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이번 주 내내 극심한 우울증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어느때보다 모임에 나가고 싶고 그립지만
참석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라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성중독은 나 한사람에게만 힘든 병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이 당하는 고통도 큽니다.
아내는 굉장히 착하고 바른 성격입니다.
도덕적인 기준도 높고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저로 인해 너무 힘들어합니다.
배신감이 아내의 마음을 황폐하게 합니다.


회복이 쉬운 과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병은 후유증이 꽤 큽니다.
완전히 벗어나는 것도 정말 어려운 것 같구요.
자꾸 마음의 어두운 면이 크게 자라납니다.
'모임의 힘은 2주 정도면 끝나, 그것도 하나의 자극이야'
이런 식으로 모임을 통해 제가 느낀 감동을 축소시키려 합니다.
이 병은 정말 영적 전쟁인 것 같습니다.
지난 2주간 잘 승리해 오다가 이번 주간은 많은 전투에서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전투에서 몇번 패배했다고 해서
전쟁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겠지요.


어쩌면 너무 오랜 시간동안 저는 패배를 학습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승리를 믿지 않는지도 모르지요.
이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상황을 좀 천천히 자세히 살피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다시 시작해도 돼.'
'그래, 승리에 익숙해 지려면 조금더 시도해야 돼.'
'그래, 난 괜찮아. 회복될 수 있어'

상처가 아무는 시간 동안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을 잃어버린 시간들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행복하고 싶고 기뻐하고 싶습니다.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목록

sprout님의 댓글

sprout 아이피 114.♡.104.163 작성일

그늘님 제일 중요한걸 빠트리신것 같아서요.

그동안 무얼 하셨었던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었던 얼마나 수치스러웠고 괴로웠건..

이렇게 된건 그늘님 잘못이 아닙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기쁘고 행복하실 자격이 있습니다. ^^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218.♡.128.169 작성일

저희들이 서로 모여 위로하는 시간에 힘든 시간을 홀로 보내시는 분이 계시다는 게...
슬픈 현실이네요...

하지만 아내분도 그늘님도 우리 모두도 행복해질 거예요.. 그러니까.. 많이 힘들지만 괜찮아..

리커버리님의 댓글

리커버리 아이피 211.♡.1.130 작성일

그늘님 뵙지는 못했지만 정말 잘 인내하고 있다는 사실에 칭찬과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내의 분노로 아주 심한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참으로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하나님이 평안과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