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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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꽃 (210.♡.175.56) 작성일11-07-01 23:14 조회1,489회 댓글8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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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 깬 몸을 비좁은 좌석에 밀어넣고
똑같은 하루가, 내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반복이
나를 쫓아오는 걸 바라본다. 도망치지 못한다.
지하철은 정해진 선로를 따라 달려갈 뿐이고
나는 정해진 역에서 내릴 것이다.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잠이 덜 깬 몸을 비좁은 좌석에 밀어넣고 있을 것이다.
정해진 역이 다가올 때까지.
지금 막 예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날씬하고 세련된 옷차림에 짧은 치마 밖으로
새하얀 다리를 드러냈다. 허벅지와 종아리
날씨는 차가워지고 있지만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시를 쓰는 척, 공책 너머로 그 여자의 다리를 훔쳐보았다.
이른 아침의 욕망이 눈을 뜨고 깨어나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그냥 다리일 뿐인데,
하지만 맨살이 드러난 다리는 나로 하여금 뭔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아찔한 희망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리고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마저도,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없지만
저 여자의 다리는 어딘가로, 여기 아닌 어딘가로, 바깥으로 나를 데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녀는 내린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출근을 하겠지
댓글목록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210.♡.175.56 작성일아주 예전에 적어놓았던 끄적거림인데, 돌아오는 길에 약간의 암담함을 느끼고 무작정 이걸 올려놓습니다. 혹시라도 공감^^;하실 분이 있을런지.. 덜힘들고좀더행복한 한주되십시오.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218.♡.129.136 작성일
암담함... 허전함... 뭔지 모를 분노.....
깊이 뿌리박혀 있는 듯한.. ....
비꽃님도 덜 힘들도 좀 더 행복한 한주 되세요...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218.♡.129.136 작성일
오늘 술집에서 옆자리에 않아있는 남자의 시선이 느껴지면서.. 내 모든 것을 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그렇게....
되진 않았네요...
남자의 시선...
관심...
그리고...
술...
그것만이 모든 것이었던 시절..
거기에서. 날 지킬 수 없었던... 시절
이제...절 지켜줄 수 있는 누군가가 제 옆에 있네요..
눈물이 나네요..
그런.. 존재가... 평생동안...
제 옆엔...
없었는데..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220.♡.225.234 작성일
부럽다ㅡ.ㅡ (설마 하느님... 이라는 건 아니겠지??)
한 달 견디고 뭔가 좀 변하길 기대했는데 그대로.. 라는 걸 느꼈죠. 그래서 집에 안들어가려 했는데 여기 이런저런 글 올리며 마음달랬습니다. 좀더 어렸을 땐 나도 누군갈 가질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으로나마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가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할 능력과 자격마저 부족한 걸 깨달은 지금은 그래서 좀 답답하죠. 평생 이런 식이라면 정말 암담해요ㅋㅋ
괜찮아요 님아, 정말 훌륭하게 생활하시는 것 같고 저도 나름 행복하답니다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218.♡.129.136 작성일
ㅎㅎ...하느님.... 이면 안되요?
... 어제.. 일반인(ㅋ중독자가 아닌...)에게 처음으로 제 병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절 안아주셨고 저랑 같이 울어주셨죠...
그런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더라면... 이렇게 오래 힘들진 않았을 텐데...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우리는 ... 좋은 사람들이 되어갈 겁니다..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는... 누구보다도 깊이있게...
.. 화이팅....!!
아직은님의 댓글
아직은 아이피 183.♡.180.106 작성일
파인 님, 괜찮은 시간들이 펼쳐지는 군요
행운도 함께 하시길,,
그늘님의 댓글
그늘 아이피 175.♡.80.2 작성일
비꽃님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셔도 될 듯 해요.
낭비없이 생각의 길을 정확하게 짚어가시는 힘이 있어요.
이런 능력은 극심한 절망과 혼란 속에서 해매 본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걸까요?
그래서 이 늪에서 해매는 저와 같은 사람들도 큰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전철에서 본 그 다리.
매일매일 그 다리를 붙잡고 싶다고 밖에....
여자의 몸은 왜 그리도 매혹적인 걸까요?
표현이 너무 저급한가요?
몸 그자체가 신기하게도 말을 합니다.
다리가 말을 하고 어깨선이 말을 하고 가슴선도 말을 하지요.
싱그럽게 말합니다.
가지고 싶게 합니다. 신기해요. 신기해요.
이 세계를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를 떠나야 살 것 같기도 합니다.
70의 절망이 견딜만 한 것은 30의 즐거움때문일까요?
이런....젠장....욕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인간입니다.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61.♡.17.243 작성일
음. 저도 사실,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라도
욕하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쓴적이 꽤 있는데. 일단 글에대한 칭찬이
넘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넙죽-
근데 (저가 하는 말이 뭔가 경우를 넘어서질 않을까 망설여지긴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스스로를 미워하면 할 수록 스스로에게서 빠져
달아나고픈 바람이 강해지고,
그래서 물론 여자의 다리는 또 경우에 따라 예쁘지만
필요이상으로 예쁜걸 넘어서 집착하게 되는것 같고 그런 스스로를
발견하며 더욱 스스로가 미워지고(왜냐면 내 이런 욕망은 내 바깥의 누군갈
상처주는 일이라서) 그럼 또 더더욱 스스로가 싫어지고.. 이런 악순환이
존재한다고 아주 무모한 일반론으로나마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덧글을 또보시게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제생각은 스스로가 많이 밉더라도(특히 주위에 내가 아끼는 누군가 있다면
훨씬 더더많이 미워지겠지만) 그걸쫌 참는게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