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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외로운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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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꽃 (61.♡.17.243) 작성일11-10-04 04:58 조회1,001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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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외로운 전쟁터이다.
나는 안다.

오늘 밤, 북한군이 쳐들어온다는 뉴스따윈 없지만
차고 보드란 밤바람이 스치는 평온한 밤거리의
어느 골목
숨은 어딘가에는
어느 누군가의 마음에서, 그 누군가가
빨갛게 피흘리며 외롭게, 아주 외로웁게 지쳐갈거란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알기로
그 곳은
항상 평화로울 수도, 항상 안심할 수도 없는 곳이라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들도 언젠간 헤어져 터덜터덜 혼자로 돌아와야 하고
한 집의 식구들조차 내 깊은 속을 알아주지 못함에 서운함에 쓸쓸함에
긴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전화를 받지 않는 연인으로부터 홀로 남겨진
스스로에게 절망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달콤하지만 않기에 항상 함께인 것도 아니기에
가끔은 모두가 달콤하지만 혼자만 쓰게 느껴지기도
가끔은 모두와 함께인데 혼자만 혼자인듯 느껴지기도

그래서
그 곳은 끔찍하고 짜증스런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끔찍하고 짜증스런 곳을 겪어온 기억으로
우린 서로의 그 곳을, 짐작으로나마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

가끔 그럴 때면
어느새 포성은 멈추고, 먹먹한 귓가에 날카론 이명이 피어오르는
황폐한 전장 그 곳에서
작은 꽃 하나를 발견하겠지.
반가워할지도 혹은 떨떠름할지도

누군가는 그 작은 꽃 하나마저도
외면하고플 심정일지도.
왜냐면 당신의 위로와 미소가 사라진 후에 홀로 남겨질 이 곳은
당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이 만일 볼 수 있다면 그 역겨움에 더러움에 내게 묻은 피를 보며
더 이상 나를 향해 웃어주지 못할테니깐
그러니깐 그냥 고개를 돌릴지도

그래.

모른다.
서로를.
서로의 마음을.
가끔은 자신의 마음조차.
그런데 어설프게 설명하려 들고 이해하려 들고
아는 척을 해댈지도

왜냐면 그게 최선이라서
최선이라고?
겨우 이 정도가?
그래도, 그게 최선이라서

마음에선 마음이 만들어낸 숱한 당신이
나에게 총을 겨누기도 하고
마음에선 마음이 만들어낸 숱한 내가 나에게
총을 겨누기도 한다.
항상 평화롭기만 한 건 아니다.

사랑이란 위대하다지만
그런 위대함조차
내 마음의 지겨운 싸움을 완전히 끝장내진 못한다.
다만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이런 말을 속삭일지도
미안해. 이해할 수 없어서. 알아주지 못해서.
당신은 힘들어하는데

정작 사랑의 위대함이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득한 거리에서
비로소 절실해질지도

가끔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이해할 수 없는 서로를, 이해하려 애쓴다.
솔직히 무리지만
알만한 사람은 안다.
그렇게라도 해주고픈 그 마음을


마음은 외로운 전쟁터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은 아주 지독하게도
외로운,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다만 혼자만의 서글픈 전장이다.

우리 중 서로를 미워해보지 않은 자가 누구일 것이며
우리 중 한 번이라도 스스로를 미워해보지 않은 자가 누구일까
그 마음 속에서 붉고 진한 핏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아파하고 괴로워 몸부림쳐보지 않은 이가 누구일까


오늘 밤, 북한군이 쳐들어온단 뉴스따윈 아직 없지만
어둔 밤거리와 틈틈이 골목들은 고즈넉하고
사각형의 자그만 불빛이 드문드문 밝힌 아파트는 더없이 아늑해뵈고
고개를 들어 구름이 씻겨나간 깨끗한 밤하늘에는
강물에 일렁이는듯한 별빛이 아름답게 반짝이지만


나는 안다.
이 밤의, 저 별들이 내려보는 어느 아래선
당신도
나처럼
홀로 힘겹게 싸워가고 있음을
다만 혼자만의 전쟁터에서.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거니와
당신은 나의 적을 모르고 나는 당신의 적을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 밤 잠시나마 포성이 그친 벙커에 엎드려서나마
낯선 그대에게
이토록 청승맞은 편지를 적어보내는 까닭은

그래도
왠지모르게 당신이 나의 전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혹시 당신도 내가 전우라는 청승맞은 생각이 든다면
그리고 혹시 당신도 나처럼, 당신의 마음처럼
광활한 검은 바다처럼 펼쳐진 이런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면
고개를 들어
그 곳을 보며
크게 숨을 내쉬어 보라.

수억광년의 멀고 먼 어둠을 떨어진
별과 별은
그렇게 희미한 눈빛으로나마
깜빡이며
지그시
서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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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prout님의 댓글

sprout 아이피 175.♡.116.76 작성일

출근하자마자 사이트에 들어와서 또 하루를 시작하는데..

어떻게 보면 한주의 진짜 시작은 오늘부터인데 저의 전쟁터에서 저는 토,일,월을 패배했습니다.

많이 무너진 내마음에 위로가 되는 글입니다..

비꽃 전우님 감사합니다~

리커버리님의 댓글

리커버리 아이피 211.♡.1.130 작성일

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영적전쟁"이라고 부르죠. :)

내가 성중독자임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하루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늘님의 댓글

그늘 아이피 175.♡.80.2 작성일

전쟁터....마음 .... 와닿는 글입니다.
비꽃님은 정말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지신 분 같습니다.

전혀 닿을 수 없는 마음이라서
어쩔 수 없이 개별적인 우리이지만
세상에 나 혼자뿐이며
나와 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미칠 노릇입니다.

그래서 성중독자들의 모임이 기다려지나 봅니다.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112.♡.201.67 작성일

비꽃님... 감사합니다... ^^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들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시는 분들 뿐인가요..

어제도 엄한 분을 괴롭혔네요...


당신들이 있어서 괜찮다고 해놓고는...
......

왜이리 채워질 수 없는 욕심 뿐인지..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61.♡.17.233 작성일

나의 전우님들,, 모레 또볼 생각을 하니 기분좋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InWLgwE95W8&feature=related
이노래들으면서 적었는데 이거들으며 별보면 뿅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