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어린시절(그럼 신세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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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꽃 (210.♡.175.15) 작성일11-06-21 11:28 조회1,278회 댓글8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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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고 이따금 그들의 스치는 눈빛을 통해, 짧은 한숨을 통해 외롭다는 걸 드러냅니다. 문제는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이냐가 아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걸 어떻게 관리, 보존? 치료하였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힘든 일상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자신의 영혼을 지켜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쟁터에서도 함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게 사람이지만 혼자만의 전쟁터에서는 턱없이 약해집니다.
나쁜 상처보다
더 나쁜 건 상처의 고립이 아닐까요.
나에게 형제가 없다는 게, 친구가 없었다는 게, 삶의 팔 할 이상을 골방에서, 혹은 구석에서 뚱한 표정으로 입 다물고 있었다는 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친구를 찾아 나서야 했겠지만 거리의 한 가운데 서면 낯선 사람들이 전부 ‘敵’으로 느껴지는 이상한 풍경을 상상할 수 있나요?
저희끼리 웃고 떠드는 그들이야말로 나를 피 흘리게 함이고,
그러므로 나는 당신들의 찬란한 미소를 붉게 물들이고 싶다.
내 마음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걸 알았으므로 가급적 거리를 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내 마음의 역겨운 냄새를 맡을까 두려웠고, 나는 그들의 평온한 일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사소하고 사소한 이야기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러나 내 화두야말로 그들 입장에선 우스꽝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정말 사람에게 善이라는 게 존재하는지가 궁금했고,
나는 정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고,
나는 정말 나에게도 善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지… 그게 정말로 궁금했습니다. 이 모든 걸 나의 골방과 나의 구석진 어둠에서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의 세상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라는 문장을 한 때 나의 새 아버지로 삼고 싶었던 비트겐슈타인의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내 눈 안에 비치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 다르고, 그들 입장에선 우스울 만큼 거창하고 미묘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걸 저 또한 눈치 채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그들의 화법에 맞추려 하고, 썰렁한 농담으로나마 가벼워지려고 노력을 합니다.
지금 적고 있는 이 글은, 제가 보기에도 웃깁니다. WHY SO SERIOUS?
참고로 저는 善이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도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거짓이 이 세상을 움직이는 절반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선함과 사랑함은 사실과 논리의 영역에서 증명될 수 없는, 어쩌면 신앙의 그것과도 비슷한 일종의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영혼에 있어서 어떤 종류의 착각과 거짓은 결코 깨지거나 부서지면 안 된다고, 그러므로 나는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을 뿐입니다.
가식적인 사람과 진실한 사람의 경계는 자신의 가식을 100% 납득하고 믿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00% 자신의 선함과 사랑함을 믿을 수 있다면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해질 것입니다. 스스로의 선함과 사랑함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흩어질 것입니다. 가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오로지 그 가면을 진실한 것으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혼자만의 전쟁터에서 얻어낸 것들입니다. 이따위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것들로나마 저는 세상과 낯선 사람들을 가능한 미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복음에서 전하듯 타인을 함부로 비판하지 않으려 애를 쓴답니다. 온전히 이기적인 이유로, 그래야만 내 마음의 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개똥철학으로 현실을 완전히 감당해내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물론 저는 누구에게도 애정을 구걸함 없이, 오직 나의 바보 같은 관념으로 내 텅 빈 마음의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현실은 단지 현실일 뿐이고,
책장 속의 활자들처럼 위에서 내려다 볼 순 없는, 오히려 그런 틈 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끊임없이 부대껴야 하는 곳입니다. 너무 작고 사소한 계기로 너무나 쉽게 절망하게 되는… 어제는 하루 종일 무기력했습니다. 나는 평생을 살아도 이 세상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잉잉 난 병신이야~ ) 모든 의욕과 에너지가 한꺼번에 소멸한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이젠 정말 피곤하니까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심지어 성욕조차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울함이 너무 심해 한 모금의 쾌감이라도 뇌에 전달하고 싶어서 억지로억지로 수음을 했습니다.( 진짜에요 ) 시체처럼 드러누워 자신감을 가지자, 자신감을 가져, 염불을 외우다 카운트다운을 세고서 일어나 다시 억지로억지로 밥을 먹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땐 밥이라도 먹어야 합니다. 맛이 안 느껴져도 씹어서 삼켜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힘이 빠져 드러누워 있긴 했지만 해질 무렵엔 달리기를 하러 나갔습니다. 돌아와서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머리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더욱 겁쟁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사는 것보다 죽는 걸 더욱 무서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슬플 땐 차라리 야한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야한 생각은 그래도 살아서 뭔가를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하는 열망이니까. 내가 세상의 떨거지고 낙오자라는 확신이 들지만 어차피 언제는 잘난 녀석이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도대체 얼마나 쓰레기고 불량품인지는 모르겠으나 끝까지 악착같이 살아남아 재활용시키겠다고 다짐합니다. 나는 백 살까지 살 겁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아하지 않아도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좀 더 예쁘게 바라보고 사랑할 것입니다. 세상에게 잘못을 따질 순 없습니다. 나는 세상을 잘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그걸 고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알고 나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습니다.
언젠간 이 짜증나는 벽을 허물 것입니다.
그냥 끝내기 서운하니까 유명한 시나 한 편 후식으로… 냠냠(후식이 훨 맛나요)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떠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댓글목록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112.♡.205.136 작성일
비꽃님 글에서 비꽃님의 善이 느껴지는데요..
ㅎ 저만 그런가요?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61.♡.17.250 작성일고마워요, 파인님 님쫌 착하신듯
설램님의 댓글
설램 아이피 113.♡.39.225 작성일
비꽃님의 글에서 힘빠진 동질감을 느낍니다, 죽을것같은 시간들..일어나야하는데....일어서면 무너질것 같은 시간들 ... 그래서 저는 절규를 합니다, 제 자신에게 포기하지 말자! 제대 포기하지 말자! ..하지만 힘이 돌아오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일어났습니다,...
파인님 원래 착해요.
그래도 빽살까지 살려는 용기는 역시 대단합니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ㅎㅎㅎ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220.♡.225.234 작성일
헐, 그래도 욕하지 마세요^^
저도 일어나서 답글달고 있는데, 솔직히 때가 되면 다시 주저앉을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일어날거고, 완벽한 행복과 완벽한 절망은 성립하지 않을 거라고. . .
그러니까 밥먹고 오래살래요 ㅎ ㅎ
파인님의 댓글
파인 아이피 218.♡.129.136 작성일
오래 오래 사세요.....
오래... 오래.... 사세요....
오래 오래.....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220.♡.225.234 작성일
넴. 환갑맞은 기분...
파인님도 만수무강~
그늘님의 댓글
그늘 아이피 175.♡.80.2 작성일비꽃님 여잡니까? 남잡니까? 여자인거 같기도 하고 남자인거 같기도 하고.
비꽃님의 댓글
비꽃 아이피 61.♡.17.243 작성일보셨다시피ㅋㅋ 남자랍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