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주에서 보낸 시간은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른 것으로 기억된다. 맑고 신선한 공기 속에 실려 오는 바다 내음은 마치 깊은 존재의 숨결처럼 다가왔다. 그곳, 제주 열방대학 중독상담학교(Addictive Behavior Counseling School)에서 나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중독'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그 나눔의 시간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마음의 상처와 그늘에 대한 공감의 기회였으며, 지금도 선명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시간이 준 울림은 대단했다. 사람들 각자의 눈빛 속에서, 나는 '중독'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갈망과 결핍, 잃어버린 대상을 향한 무의식적 몸짓을 보았다. 이 책은 그때의 강의와 나눔의 내용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지금, 나는 현장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에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이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좀 더 깊은 이해를 통해 중독의 어두운 곡선에서 자신과 타인을 자유롭게 하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바라는 치유의 길이다.

중독은 단순한 행위나 습관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상실된 대상, 결핍된 관계, 잡을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다. 중독은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영적 여정 속에서 잘못 든 골목길이며,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의식 너머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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