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갖고 새벽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 주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나의 삶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어쩌면 중독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 라는 희망도 조심스레 가져봅니다.
어제 모임은 근본적인 부분을 이야기한 모임인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 고통. 절망.
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님들에게도 있었던 일이구나
라는 생각에 제 마음도 찡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상처로 인해서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해 병에 걸리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이런인간이야, 태어날 때부터 쓰레기였어
이런 생각만 하고 살아왔던 지난날이 안타깝습니다.
고치려고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어도
언제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결단과 다짐들.
그리고 내 안의 악마가 나를 지배하여 미친 쾌락에 몸과영혼을 맡겼던 시간들.
저는 제 탓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이신 분들도 그런 고통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내 우리 자신에게만 집중해왔나 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우리에게만 갇혀있었나 봅니다.
우리 자신에게라도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본능적으로 쾌락에 중독이 되었나 봅니다.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미치도록 쾌락만 쫓고 ....
어쩌면 우리는 어린아이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그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래서 어쩌면 충분히 사랑받고 살아온 분들이 갖지 못한 것을
나는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합니다.
이토록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나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인간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 쉽지 않은 사람도 그래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환자라는 것을 이제 담담히 인정합니다.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단순한 욕구가 아니라 병적인 욕망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어쩌면 나만의 탓이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의 탓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제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믿습니다.
더 깊이있게 더 따뜻하게 건강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직은 님이 뵙고 싶습니다.
연세가 있으신데 회복되어 가시는 그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많이 아팠기에
정말 많이 아픈 사람들은 우리만 고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께서 그 일을 하라고 우리에게 이 끔찍한 병을
원하지 않았던 우리에게 선물같이 던져주었는지도 모른다는
아주 훼궤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선물이라니....어이가 없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경찰서에 체포되거나 구속되거나
추행 강간 납치 연쇄살인 등과 같이 끔찍한 상태로 발전되지 않고
이 정도에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멈춰섰으니....어쩌면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두 아이 모두 아파서 따로따로 인큐베이터에 넣어두었습니다.
한 아이는 상태가 점점 호전되어 건강해졌는데
다른 아이는 더 아파갔습니다.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간호사는 마지막 방법을 택합니다.
아픈 아이를 인큐베이터에서 꺼내 병이 나아가는 아이 곁에 눕혔습니다.
그리고 몇일의 시간이 흐릅니다.
아파서 죽어가던 아이가 나아가는 아이의 살결을 만집니다.
나아가는 아이가 죽어가던 아이를 쓰다듬고 안습니다.
죽어가던 아이가 점점 나아가는 아이처럼 건강해집니다.
핏기가 돌고 온기가 돌고.....다시 웃습니다.
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놀라운 일들을 맡기시려고 이 병을 주신 것인지도 모른다는
아주 훼계한 생각을 하며 ....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아침입니다.
하늘이 아주 맑고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