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를 만났다. 나는 거지가 거지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아니, 솔직히 그것말고도 더욱 궁금한 게 있었다. 거지는 닫힌 셔터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있었다. 비가 내렸다, 너무 많이. 회색빛의 거리 까맣게 젖어가는 그. 고개를 들고 아스팔트에 튀어오르는 빗방울을 구경한다. 가만히 다가가 나는 그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옆의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샌드위치와 우유를 샀다. 얼핏 생각이 미쳐 디스플러스 한 갑을 샀다. 15초만에 그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어치웠다. 담배를 내밀자 입에 물었고 내가 붙여준 라이터의 불꽃을 흐릿한 미소를 머금어 빨아들였다. 그가 물었다. 나는 그와 같은 우산 아래 쪼그려 앉아있었다. 흠뻑 젖은 그에게선 지린내가 풍겼다. -그럼 그는 나를 본다. -자네는 뭘 원하나 -네? 나는 알면서 되물었다. -베풀고도 남아 있으니 원하는 게 있겠지 우산 밖으로 그는 연기를 길게 몰아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 나는 망설인다. 그리고 결심한다.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습니까 그는 웃었다 -고통?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글쎄 그는 웃는다 -배고프지 않습니까? -자네가... 먹을 걸 주어서 이젠 배고프지 않네. -그럼 춥지 않습니까? -자네가... 곁에 있어주어서 이젠 그다지 춥지 않다네. 나는 머리를 떨어뜨렸다. 운동화 앞으로 빗방울이 뛰어놀았다. 오래 전에 관뒀던 담배를 다시 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당신은 외롭겠죠. … -그게 당신의 가장 큰 고통이겠죠. … … -아마도 그건 자네의 고통이겠지 거지는 말했다. -나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 아니야 … -나의 가장 큰 고통은 후회라네. 후회. -배가 불러도, 춥지 않아도, 친구와 함께 있어도, 내가 부자인들 이런 후회만큼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근데 후회는 모든 의욕을 사라지게 만들어. 후회는 극복될 수 없어. 후회는 여름이 거듭되며 이런 비에 조금씩 씻겨질런지도 모르지만 아냐, 후회는 사라지지 않아. -어떤 걸 후회하는데요? -나의 과거, 내가 사랑했던... 시간... 그 곳의, 내가 사랑하고 상처주었던, 소중한 사람 -누군가를 사랑했나요? -그래. -그런데 지금은, 왜 혼자입니까 -도망쳤어 나는 … -나로 인해 소중한 모든 것들이 더러워지고,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가라앉는 걸 참을 수가 없었어. 나는 무서웠지. 그 사람을 더 많이 상처줄까봐 -그래서 도망쳤습니까 -그래, 지금은 슬프지만 더 이상 무섭지는 않아. 그는 다시 나를 보며 억지스런 미소를 꾸며냈다. 나는 역겨움이 치밀었다. -이해할 수 없군요. -그런 거야, 가장 큰 고통이란 이해받을 수 없는 거야. 그는 흥건한 바닥에 꽁초를 눌렀다. 작은 불빛은 스러지고 남은 연기는 빗줄기를 타고 올랐다. 비’는 지워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