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잠이 덜 깬 몸을 비좁은 좌석에 밀어넣고
똑같은 하루가, 내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반복이
나를 쫓아오는 걸 바라본다. 도망치지 못한다.
지하철은 정해진 선로를 따라 달려갈 뿐이고
나는 정해진 역에서 내릴 것이다.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잠이 덜 깬 몸을 비좁은 좌석에 밀어넣고 있을 것이다.
정해진 역이 다가올 때까지.
지금 막 예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날씬하고 세련된 옷차림에 짧은 치마 밖으로
새하얀 다리를 드러냈다. 허벅지와 종아리
날씨는 차가워지고 있지만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시를 쓰는 척, 공책 너머로 그 여자의 다리를 훔쳐보았다.
이른 아침의 욕망이 눈을 뜨고 깨어나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그냥 다리일 뿐인데,
하지만 맨살이 드러난 다리는 나로 하여금 뭔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아찔한 희망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리고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마저도,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없지만
저 여자의 다리는 어딘가로, 여기 아닌 어딘가로, 바깥으로 나를 데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녀는 내린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출근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