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귀를 후벼준다는 건 인간과 다른 인간의 관계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聖스런 행위였다. 아련하고도 희미한 어린 시절, 어머니의 두툼한 허벅지 위에 머리를 베고 누워서 깊숙하게 숨어있는 엷고 연약한 고막과 바깥의 소란스러운 세상 사이의 경계를 아찔할 만큼 가까스로 오가며 여태껏 쌓아왔던 먼지와 티끌들을 사뿐히 긁어 덜어내 주었던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쾌감과 평화와 만족이라는 것은 아무리 멋지고 늘씬한 여자들의 다리를 열어젖힌다 하더라도 결코 대신할 수 없었다. 또 아무에게나 무릎을 빌려 드러누울 수도 없는 이유는 자칫 잘못하면 고막을 뚫고서 나의 부드러운 뇌를 찔러버릴지도 모른다는 위협과 불안 때문이었다. 오로지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상대여야만 자신의 귀를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거칠고 메마른, 마치 사막 같은 곳으로 변모해왔고 보통의 나약한 인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많은 먼지와 티끌들을 생산해내기에 이르렀다. 견딜 수 없었던 이들은 억지로 귀를 닫아 붙였다. 단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면 꽤 유용한 방법이었으므로 귀를 닫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났다. 그러면 그럴수록 현실 역시도 더욱 폐쇄적인 공간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차가운 바람은 이 세상의, 귀를 닫은 세상 안을 맴돌며 서로에게, 또 다른 서로에게 불어 닥쳤다. 그냥 놔두었더라면 1929년의 월스트리트에서처럼 대공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지라도 단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장 성스러웠던 행위에 가장 性적인 뉘앙스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오늘 날 서로의 귀를 후벼준다는 건, 첫사랑의 키스보다도, 낯설고 매력적인 그 혹은 그녀와의 하룻밤 정사보다도 훨씬 더 막대한 섹슈얼리티를 의미한다. 물론 미성숙한 유아들의 귀를 강제로 그리고 상습적으로 후볐던 반인륜적 범죄들이 날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1, 2위를 장식하고 얼마 후면 그들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아니면 평생토록 그 어떤 귀후비개도 손에 쥘 수 없도록 손목을 절단당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매체들에서는, 여자 연예인들의 귀 끝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화보를 찍게 하거나 혹은 과감하게 귀의 전신노출 헤어스타일을 감행하는 영화를 찍게 만들어 어쨌든 간에 돈을 벌어들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한 세태와는 어울리지 않게도, 누가 알면 병신이라고 놀릴지도 모르겠지만, 꿋꿋하게 그것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녀석이다. 내 나이 스물아홉 살, 군대까지 다녀온 멀쩡한 남자이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나의 귀를 허락한 적이 없다. 정말이다. 아니 딱 한 번. 기억조차 하기 싫은 오래 전에 어머니도 다른 어머니들처럼 그걸 했지만. 어머니는 나의 고막을 찔러버렸다. 왜냐하면 아파! 그만 해! 라는 나의 비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고 왜 못 들었냐면, 어머니는 훨씬 더 오래 전에 양쪽 귀의 고막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한 쪽 귀를 못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그 어떤 여자에게서도 결국에는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내가 버린 적도 있지만, 그런 경우조차도 나는 마치 버림받은 것처럼 스스로를 해석했다. 위선일지도, 아니면 위악일지도.
그들은 제대로 자기 얘기를 들어줄 수 없는 나를 답답해하였고 아무리 분위기를 잡고 술을 마셔도 끝까지 그들 손에 쥐어진 귀후비개를 완강하게 거부하였던 나를 답답해하였다. 나는 무서웠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치도록 원했다.
더는 그런 식의 소모적인 반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있어서도 무의미하고 나에게 있어서도 무의미하다. 서로의 귀에 닿으려 했던, 그러나 실패했던 날카로운 귓바퀴의 상처자국만이 분명할 따름이다.
나는 한없이 외로워지는 이런 밤이면 다운로드 받은 귀동을 틀어놓고 한 손에 귀후비개를 조심스럽게 움켜잡는다. 너무나 많고 다양한, 일본 여자의 혹은 러시아 여자 혹은 국산녀의 완연히 드러난, 있는 그대로의 귀, 하지만 모니터 너머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귀를 바라보며 천천히 스스로의 귓속으로 길고 차가운 그것을 밀어 넣는다. 그 누구의 것보다 길었고 그 누구의 것보다 차가운.
그 누구의 귀보다 깊은 귀 속으로.
나의 한쪽 귀는 엷고 연약한 고막을 잃어버렸으므로 막을 것도 없이, 멈출 것도 없이, 끝없이 밀고 들어가 끝내는 부드러운 뇌 속으로까지 침범한다. 물컹거리고 혼란스러운 뇌를 아래로 위로, 옆으로 휘젓는다. 고요한 호수에 노를 젓듯, 파문을 일으켜 낡고도 어렴풋한 추억과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꿈들을 뒤섞는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