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내와 함께 상담을 받았던 언어심리 상담자는 저와 아내에게 우울감을 지속적으로 지닐 수 밖에 없는 성격 유형이라 했습니다. 상담자는 우리 부부를 배려해서인지 '우울증'이 아니라 '우울감'이란 부분을 강조하더군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치고 그 '감'을 갖지 않고 사는 사람이 오히려 적을 것이라며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겐 상담자 자신의 성격 유형과 대단히 비슷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1%정도의 희귀종이라 했죠. '희귀종' 물론 상담자의 입에서 돌출한 개념어가 아니라, 제가 제 자신을 그렇게 해석해서 규정한 말입니다. 내부의 우울증은 나를 잡아먹는 적이기도 하지만, 나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 유형이기도 하답니다. 문제는... 우울함이 내게 왔을 때 그 우울함을 맞이하는 내 안의 자세와 습관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한데, 그 지점이 바로 '자기 존중감'이라는겁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좋은 사람이다." "난 꽤 멋진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록 힘들어도 견뎌낼만큼 난 또한 강하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이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울감은 스스로를 희곡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아요. 한껏 가라앉은 내면은 혼자 있는 고독감을 즐기게 하고, 사람들과 뒤섞여 관계에 집착하던 분주함으로부터 나를 쉴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고통스럽기보다 차라리 낭만으로 그 우울한 순간들을 즐길줄 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자꾸만 못나보이고, 삶에 대한 회의감과 사람 관계에서 오는 불신으로 내 약해빠진 정서에 타격을 입게 되면, 늘 우울감을 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심리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처박혀버리고야 맙니다. 자신을 존중하기는 커녕 스스로를 지독하게 이기적인 괴물로 만들어버려 나를 나도 감당키 힘든 고통의 지점까지 오게한답니다. 나마저도 나를 위로하고 보듬지 못한다면, 상처투성이인 내 영혼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겠네요. "왜 모두들 이기적으로 사는데, 나만 내 이기심을 견뎌내지 못하는거지?" "왜 넌 항상 내 편이 되지 못하고 남의 입장만 이해해야하는거야?" "난 그런 내가 싫어! 나를 쥐어박기만 하는 난 필요 없어!" 그러나... 우울증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근본이 착합니다. 착하지만 종잇장만큼이나 약하기 때문에 남보다는 자신을 먼저 쥐어박습니다. 그래서 우울한 순간을 견뎌내고 나면, 더 강해질 수도 있고,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 하루 1시간 정도를 내어 절을 하다 보면, 온 몸에 흐르는 땀내음을 느끼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떨쳐냅니다. 그냥 떠오르는 느낌만 잡아봐요. 땀에 흠뻑 젖어가는 내 몸이 아직은 젊은 것이 아닐까... 아직은 나도 성을 가진 당당한 남자일 수 있겠다며 내게 숙명으로 짐지워진 우울감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좋아하지만 격리당해본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