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중독과 스토킹 관계 데이트강간"이란 말이 있다. 미국에서는 흔히 통용되지만, 우리 나라엔 이 말이 그리 흔하게 쓰이진 않는다. 여자들이 섹스하기 전에 "아이~ 싫어..."라고 말하면, 대다수의 남자들이 "속으론 좋으면서"라고 생각한다. 굳이 완력을 쓰지 않아도 여자가 옷 벗기는데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내숭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이것이 바로 자발적 섹스와 데이트강간의 차이, 자칫하면 성폭행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들의 마음엔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잘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예로 섹스가 있다. 딱히 섹스를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섹스를 원할 때, 거부하면 그 이후의 관계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반은 억지로 섹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섹스하자 했을 때 안 해서 차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내 친구 중에 혼전순결주의자인 한 아이는 자기가 섹스를 안 해줘서 차였다고 생각하고 있기까지 하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 세대-_-의 여자들이 첫경험을 할 때는 다 그렇지 않았을까. 요즘에야 워낙 TV에서 섹시섹시하면서 섹스에 대한 호기심을 조장하기에, 신세대처녀들은 호기심이 일어서 자발적인 섹스를 할지 몰라도, 그래도 내 나이 때 여자들 중에(그리고 집안이 보수적인 친구들 중에) 아무리 호기심이 인다고 해도 첫섹스를 남자보다 앞서서 먼저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 여자는 없지 않을까 싶다. 여자도 성욕이 있긴 해도 섹스를 경험하기 전엔 성욕이 그렇게 강렬하지도 않은 데다가 - 첫경험은 좋기보단 아프고 얼얼한 느낌이 더 크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처녀막이 없어진다는 두려움과 약간의 삽입공포증(내 몸안에 이물질이 들어온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불결한? 느낌이랄까)도 포함해서. 그렇기 때문에 첫경험은 그저 "남자친구가 싫어할까봐" 갖게 된 케이스가 많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거창하게 섹스까지 가지 않아도, 이러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데 딱히 이성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 친구 하나 잃을까봐 "사귀어 주는" 여자들도 꽤 있다. 여자란 인류 자체가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남자보다도 더하기 때문에 본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남자가 좋다좋다 하며 너만 바라봐 하면 그냥 끌려가는 것도 여자다. 그리고 그렇게 정이 쌓여가면 그게 사랑이라고 믿는 여자도 많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어장관리"를 하는 여자들이 많다. 물론 어장관리를 계획적, 체계적으로 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거의 소수라고 본다. 예전에 승무원시험준비하느라 본의아니게(?) 외모가 업글됐던 시절, "아는 남자" 네 명이 한꺼번에 대쉬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냥 친한 오빠동생/누나동생으로 지내자 - 라고 대답했는데, 그 때 내 고민을 듣던 직장동료는 뜬금없이 "푸리씨 어장관리 하나 확실히 하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때가 첨으로 "어장관리"란 단어를 알게 되었던 때였던 것 같다. 어장관리란 말은 들으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내게 호감을 가진 남자로부터 뭔가를 뜯어내본 적 없는 나인데, 왠지 한 마리 된장녀가 된 기분이라 그럴까. 그래서 그런지 난 그 이후로 괜히 도끼병이 들려서 날 좀 좋아하는 것 같으면(사실 그런 것도 아닌데 혼자 오버) "저 사람이 나를 이성으로 느끼는 것일까?"란 생각에 그 사람이 아직 내게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참... 안 좋다... (이래서 남친 사귀기가 어려운 걸까...ㅠㅠ) 이렇게 되기까지 대학교 1학년 때 경험의 영향이 좀 컸다. 나는 중고교 시절 PC통신을 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해서 동갑내기 어떤 남자아이를 알게 되었다. 그 아이는 대학을 떨어져서 재수를 하려던 찰나였고, 나는 이제 대학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남자아이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활발하지 않아서 원래 성격상-_-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간섭하기 좋아하는 오지랖넓은 나에게 끌린 것 같다. 서로 이성의 감정이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하였다. 그런데 도가 지나쳤던 것은, 대학 들어가면 자주 못 본다고 매일같이 친구들 만나러 다니는 내게 전화를 해서 끊으려고 하질 않는 것이다. 사람이 눈치란 게 있어야 하는데, 내가 억지로 "나 지금 친구 만나니까 다음에 통화해"라고 말을 하면 "다음에 통화해"라는 말이 진짜라고 생각해서 또 전화를 하는 것이다. 무려 30분 후에-_- 진짜 심한 것은 자기가 남친인 줄 알고 내가 이성친구를 만나면 간섭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점점 무서워져 갔다. 내가 "너, 이렇게 나한테 전화 많이 하고 오래 하면 전화요금 많이 안 나와?"라고 물어보면 "괜찮아"라고 답변하더니만, 언젠가 자기전화요금이 150만원 나왔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래, 그 정도면 이제 안하겠지 - 싶었는데 왠걸? 어느 날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나에게 어디로 만나러 가냐고 해서 난 별뜻 없이 어디어디 롯데리아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대답을 해줬다. 그런데 그 날 저녁에 내게 전화해서 "너 오늘 좀 예쁘더라"라고 하는 것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었다면, 차라리 날 아는 척을 하지, 그냥 그 장소에 나와서 멀리서 친구를 만나고 있는 나를 지켜보다 간 것이었다. 왠지 이러다가 남친이라도 사귀는 날에는 날 칼로 찔러죽일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무서웠다. 그래서 중학교 동창 남자아이에게 이 이야길했더니, 자기도 그 심정을 안다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은 좋아하는 사람을 지켜본다는 순애보적인 뭐랄까, "사랑하는 감정 자체를 사랑한다"라는 건데,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것. 그럴 땐 확실하게 끝내야지, "좋게 끝내려고" 들면 후에 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매정하게 하질 못했다. 왜냐하면 그 애 자체는 "착하니까",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지도 않고 나쁜 아이가 아니니까"(거의 대부분의 양다리도 거의 이와 유사한 감정단계- 우유부단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젠 피해망상까지 생기고 있었다. 원래 활발한 사람들은 항상 일을 저지르고 다니지만 큰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큰 일치고 다니는 애들은 항상 조용했던 아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두려움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중학교 동창 남자아이가 나서서 나를 대신해서 해결을 해줬는데, 솔직히 지금까지도 어떻게 끝냈는지는 잘 모른다. 자기가 내 남자친구라고 말을 한 것인지 어찌됐든 나에 대해 나쁜 감정 갖지 않게 좋게 말했다고 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진짜로 절대 전화가 오지 않았다. 거의 전화하는 것이 습관이 돼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한 순간에 끊을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했지만 - 난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상대가 착하고 나쁘지 않더라도, 내게 "감정"이 있지 않는 한 칼같이 끊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쌓아놓은 정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쉽게 그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위에 서술했던 저 네 명의 오빠동생들 같은 경우에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확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나의 학교선배, 후배요, 직장동료와 연관돼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뭐 그래서 이 사람들이 나에게 거절당해 악의를 가질까 봐 두려워하는 차원도 있었던 것 같다. 예전 뉴스에 한 여자분이 변사체로 발견됐는데, 모두가 그 여자를 스토킹한 남자를 주목했다. 그러나 나는 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여자분은 스토킹한 남자의 면상에 대놓고 싫다고 말을 했으면서도 그 남자가 사준 옷을 입고, 그 남자가 사준 액세서리를 했던 것이었다. 내 상식선에선 절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이런 내 입장을 밝히자 "(그 여자분이) 그럴 수도 있다, 이해된다"라는 덧글이 많아서 나를 더 황당하게 했다. 물론 옷을 야하게 입었다고 성폭행을 당한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보통의 범죄자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그래서 자신감 만만한 사람들은 쉽게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스토킹하는 남자가 싫다면서 그 사람의 선물을 받는다는 것 - 이것은 좀더 다른 차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보게 된 것인데, 어떤 여자분은 자기를 스토킹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착해서" 잠자리를 같이 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남친여친 관계가 됐다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니까 헤어지려고 한다고, 그 스토킹한 남자의 집착이 두렵기까지 하다고 써 놓았다. 그런데 역시나 여기에도 그 여자에게 너도 잘못했다고 알려주는 덧글은 하나도 없었다. 내 생각엔 이 여자분은 애정결핍이 좀 심하게 있는 듯 보인다.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폭행 당한 사람에게 옷차림을 문제삼는 것은 위에 적은 이유로 정말 이해가 가지 않지만, "관계"를 중시하느라 우유부단한 내가 스토커를 키운다는 생각은 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유부단하게 대해서 상대방을 상처입히고, 상대방이 내게 집착하게 할 수 있는데, 막상 자기가 원인 제공해놓고 "너는 미친 놈"이라고 말해서 "그래 나 미친 놈이다"라고 순순히 물러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상대방을 거절할 때, "분명하게 거절할 것(하지만 무례하지 않게)"이 나나 상대방에게 더더욱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어차피 이런 거절 때문에 멀어질 사이라면 사귄다고 해서 딱히 좋아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 제대로 분명히 거절했는데도 집착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문제가 확실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남자분들도 "(나의 본심과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 사이에서)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하는 변덕스러운 여자의 마음에 한 단계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